이 연구보고서는 600년 역사의 흔적이 담겨 있는 서울 도심 사대문안의 길을 대상으로 시대에 따른 도로체계의 변화를 살펴보고 서울의 옛 정취를 되살리고 보전하는데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옛길들을 선별하여 앞으로 어떻게 가꾸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의 역사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건축물이 딛고 있는 땅의 모습은 장구한 역사 속에서도 변함없이 남아 있으며 이러한 땅의 질서는 크고 작은 길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동에서 서남으로 연결되는 낮은 지형을 따라 동서도로가 만들어지고 고개로 인하여 주작대로는 휘어졌다. 물길을 따라 도로들이 형성되고 이들 도로에서 갈라진 좁은 골목길을 중심으로 동네가 만들어졌다. 일본의 시구개정사업을 시작으로 지금의 격자형 도로체계가 마련되고 한국전쟁으로 인한 전후복구 작업과 현대적 도시건설이라는 기치아래 이루어진 도심재개발을 통하여 길들이 정비되었지만 아직도 도심 사대문안에는 600년 역사가 만들어낸 땅의 질서가 담긴 옛길들이 남아 있다. 이러한 길들 속에서 과거의 역사를 찾아내고 가꾸는 작업은 서울의 역사적 정체성을 찾아 서울의 문화가치를 높이고 시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첫걸음이 된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서울 도심 사대문안의 길을 대상으로 서울의 옛 정취를 되살리고 보전하는데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옛길들을 찾고 기존의 옛길 가꾸기 관련 사업들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한편 국내외 우수사례를 분석하여 향후 서울시의 옛길 가꾸기 관련 사업의 기본원칙과 추진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의 구성을 보면 제1부에서는 옛길의 가치를 파악하기 위하여 옛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있다. 왕조실록을 포함한 문헌자료를 이용하여 조선시대 그 기본 골격이 마련된 서울 도심 사대문안의 도로체계를 분석한 후, 일제강점기의 시구개정사업과 도시소개로 인한 도로체계의 정비, 한국전쟁 후 도시재건을 위한 토지구획정리사업과 현대적 도시건설을 위한 도심재개발사업, 역사성 확보와 보행편의를 위한 거리 가꾸기 사업을 살펴봄으로써 가로체계의 변화양상과 시대에 따른 도로관련 정책방향의 진화상을 파악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기존의 옛길 가꾸기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 차없는 거리 조성사업, 걷고싶은 녹화거리 조성사업, 역사문화탐방로 조성사업, 걷고싶은 거리만들기 시범가로 조성사업, 디자인서울거리 조성사업 등을 통하여 정비된 길 가운데 옛길에 해당되는 길을 선별하고, 선별된 옛길 가운데 대표사례를 택하여 사업의 내용과 현황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기존의 거리 가꾸기 사업이 서울의 옛 정취를 살리는 옛길 가꾸기 사업으로서 그 역할을 다했는지 분석하고 있다.

제3부에서는 국내외 다른 도시에서는 옛길을 어떻게 가꾸어 가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국내외 도시의 옛길 가꾸기 사례 가운데 가로환경 개선에 대한 사항뿐만 아니라 옛길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거리문화프로그램 마련, 주민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토론회 개최, 마을 만들기 협의체의 활동내용 등 운영에 관한 내용과 사업방식에 있어 시사점이 큰 사례를 선정하여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서울 도심 사대문안의 옛길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고려되어야 할 사항을 살펴보고 있다.

제4부에서는 역사적 정체성 강화를 위하여 우선적으로 보전해야 할 옛길은 무엇이며 어떻게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지도 분석을 통하여 현재 남아 있는 옛 길들을 살펴보고 이들 가운데 서울의 옛 정취를 되살리고 보전하는데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길들을 선별하고 선별된 옛길들은 그 위계와 특성에 따라 중심가로, 주요가로, 블록 내 소가로, 기타가로로 분류하고 있다. 그 다음에 기존 거리 가꾸기 사업이 옛길을 가꾸는데 있어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분석과 국내외 옛길 가꾸기 사업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하여 향후 서울의 역사적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서울 도심 사대문안의 옛길 가꾸기 10가지 기본원칙과 서울 도심 사대문안의 옛길 가꾸기를 위한 과제 발굴 및 단계별 추진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규모 철거형 도심재개발로 사라져 가는 골목길 문화가 담긴 블록 내 소가로를 보존하기 위하여, 법적 검토와 제도상의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