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대 서울의 도시환경 변화와 대응방향
자율주행 시대 대비 서울 도시변화 예측하고
도시교통·공간의 체계적인 대응방향 마련해야
자율주행이 가져올 변화, 교통에 국한되지 않고 도시환경 전반에 미칠 것
서울시는 2021년 11월 「서울 자율주행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자율주행 도시 서울의 미래상으로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는 도시’, ‘보행 중심으로 공간이 재창출되는 도시’ 등을 제시하였다. 자율주행은 교통사고와 도로 혼잡을 감소시켜 도시교통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통수단 선택의 기준, 이동에 대한 시민의 가치관, 토지이용 및 건축계획 등 전반적인 도시환경을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에서는 자율주행이 가져올 미래 서울의 변화를 도시환경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전망하고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는 서울의 대응방향을 제시하였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도로·주차장 등 교통인프라 용량이 크게 증가할 전망
자율주행 시대의 도시 변화를 전망하는 기존 연구에서는 도로나 주차장과 같은 교통인프라의 용량이 크게 증가하여 현재 자동차를 위해 사용되는 공간이 다른 용도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시적 시뮬레이션으로 자율주행이 도로용량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연구 결과에서는 고속도로 등 연속류 도로의 용량이 2배 가까이 증가하고 신호교차로의 영향을 받는 도심의 단속류 도로용량도 약 3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율주행으로 증가하는 도로용량을 실제 도시에 적용한 연구에서는 기존 도로 공간의 10~20%를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자율주행으로 무인주차가 실현되면 주차장 내 사람을 위한 공간이 감소하여 밀집주차가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주차장 용량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도시의 교통체계가 주차수요를 유발하지 않는 ‘공유교통’으로 전환되면, 기존 주차공간의 90% 이상이 다른 용도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자율주행 도입 시 승용차 이용 증가 가능성 높아…통행행태 변화에 대비해야
하지만 자율주행 시대의 변화를 올바로 전망하기 위해서는 교통인프라의 변화뿐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통행행태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자율주행이 도입되면 승용차를 이용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승용차의 안전성과 쾌적성이 향상되면, 자율주행 승용차를 선택할 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율주행으로 이동 시간에 운전 대신 휴식을 취하거나 업무를 보는 것이 가능해지면 서울로 진출입하는 광역교통의 양과 이동 범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현재 대중교통 이용자의 절반 정도가 대중교통보다 자율주행 자동차 이용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면허의 유무, 연령 등 승용차 이용에 대한 제약과 부담감을 낮춰 현재에는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추가 통행을 발생시킬 수 있다. 자율주행이 발생시키는 추가 통행은 국외의 사례실험을 통해 제기되었으며, 이 연구에서 수행한 수도권 시민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되었다. 이처럼 자율주행 시대에는 도로의 통행수요가 현재보다 크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으로 대도시 서울의 도로공간이 획기적으로 전환되기는 어려워
자율주행으로 인한 도로용량과 이용수요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율주행 시대 서울의 도로공간 전환 가능성을 분석하였다. 현재와 같은 교통수요와 서비스 수준 유지를 가정하는 경우, 편도 3차로 이상의 연속류 도로에서 한 개 차로 축소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되었는데, 이는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 서울도시고속도로 전체 구간의 78.2%에 해당한다. 하지만, 자율주행 전용도로(차로)의 단계적 도입, 활용이 어려운 부지 형태, 주변 토지이용 현황 등을 고려하였을 때 도시고속도로의 실질적인 공간 전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한편, 도심의 단속류 도로는 교통수요의 변화가 없는 경우 편도 5차로 이상 도로에서 공간 전환을 고려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편도 5차로 이상 도로는 서울 전체 도심 도로 연장의 1% 미만에 불과하여 실질적인 전환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향후 자율주행으로 인한 승용차 이용 증가, 현재 서울 도로의 낮은 서비스 수준 등을 고려하면, 자율주행으로 인해 대도시 서울의 도로공간이 획기적으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자율주행이 가져올 교통 이용행태 변화에 맞는 도로 운영방안 구상 필요
자율주행으로 변화될 교통 이용행태에 적합한 도로공간의 새로운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율주행 자동차 이용자는 주차장까지 이동하지 않고 목적지 주변에서 승하차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로변 차로에 자율주행 자동차의 주정차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Flex Zone’이라는 이름으로 제안되고 있는 이 공간은, 자율주행 자동차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자전거 및 PM 등 다양한 수단이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도로의 시간대별 주요 활동을 정의하여 가변적으로 우선순위를 배정한다면, 도로의 운영효율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한편, 자율주행 시대의 대중교통은 수요응답형 공유교통으로 전환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대중교통 시설도 도로 위계와 기능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통행량이 많은 간선 도로에서는 스마트 쉘터와 같은 고정식 시설의 설치가 가능하지만, 수요가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지선 도로에서는 대중교통 정류장이 특정한 지점에 제한받지 않고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센서기반으로 운영되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특성을 고려하여 향후에는 도로의 불확실성을 유발할 수 있는 조경 등의 요소들도 입체적 공간범위 안에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주차공간도 변화…기능전환·매각 등 다양한 활용 가능
자율주행으로 주차 용량이 증가하고 대중교통(공유교통) 활성화로 주차수요 감소가 실현될 경우에는 일부 주차공간의 용도 및 기능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차 용량 증대는 부설주차장이 집중되어 있는 3도심 지역에서 크게 나타날 것으로 분석되어, 향후 도심 주차공간의 변화가 크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도심의 주차수요를 용량이 증가한 부설주차장에 집중시키고, 기존의 노상·노외 주차장을 자율주행 자동차의 승하차 공간 등 다른 기능으로 전환하거나, 매각 후 재원 확보에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안하였다. 한편, 민간 소유가 대부분인 부설주차장의 개방과 공유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잉여 주차공간의 용도전환 등 인센티브 제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주거지에서는 지속적인 주차공간 확보가 필요하다. 이때에는 도심 주차장의 용도 전환으로 발생한 재원을 활용할 수 있으며, 자율주행으로 인한 용량증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규모 공동주차장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자율주행 기반의 공유차량은 수요가 적은 야간 시간의 주차를 위해 기존의 ‘차고지’와 같은 공간 확보가 필요한데, 이용수요가 낮은 야간의 도심 부설주차장을 활용하면 공간적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주행 혜택 시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도시교통체계 개편해야
승용차 이용 증가 등 자율주행 도입 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서울의 교통은 더욱 극심한 혼잡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자율주행으로 인한 혜택을 시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도시교통체계를 개편해야 하며, 이에 적합한 목표설정과 실행이 필요하다.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시대의 서울 도시교통개편 방향을 조사한 결과, ‘사회적 비용 최적화를 위해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한 대중교통 기능 고도화’가 40.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자율주행의 장점이 개인 승용차가 아닌 공공 대중교통에 더욱 집중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즉, 자율주행 기술을 반영하여 대중교통 차량을 소형화 및 다변화시키고, 수용대응형 체계를 도입하여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특히, 향후 자율주행 기술로 인한 인건비 감소 등을 고려할 때 큰 폭의 요금인하, 또는 무료 대중교통체계의 도입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 시대 진정한 스마트도시 구현 위해 교통·도시 통합 논의 ‘필수’
대도시 서울에서는 자율주행 시대에 예상되는 문제점을 물리적 인프라 관점으로만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율주행 자동차의 특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교통운영방안의 도입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잦은 주정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로상의 ‘주정차 금지’ 구역을 설정하고 이를 법·제도를 통해 자율주행 운행 알고리즘에 반영하여 이용자가 임의로 주정차 금지구역을 위반하지 않도록 한다. 자율주행의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공차(empty vehicle) 주행과 중앙 집중식 개별차량 관제(control)에 대해서도 개인과 사회 최적화 관점에서 합리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의 영향을 도시계획 및 건축의 영역까지 확장하여야 한다. 이 연구에서는 자율주행으로 인한 변화와 이를 수용하기 위한 도시공간의 변화 방향을 지역 단위, 블록 및 지구 단위, 개별 건축물 단위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향후 교통, 도시,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기능을 포괄하는 통합조직을 구성하여 미래 자율주행 도시 서울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설정하고, 자율주행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방안을 수행한다면, 자율주행을 통해 현재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진정한 스마트도시 서울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